부모님과 함께 노웨딩(no wedding), 결혼식대신 결혼여행

요즘은 코로나로 결혼식을 미루거나 생략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 부부는 이미 4년전에 노웨딩으로 결혼생활을 시작했다. 우리가 결혼식을 생략한다고 했을때 주변사람들 반응은 '잘했다 장하다 대견하다'였다.

특히 결혼식을 이미 올린 분들이 이런 말씀들을 해주셔서 더 격려가 되었던것 같다. 물론 결혼식을 생략하는 것에대해 안좋아하는 어른들도 계셨다. 우리 커플에게 직접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부모님들에게 많은 우려를 표했다고 한다. 그러나 부모님들은 별로 신경쓰지 않는 눈치였다. 극히 일부이기도 했고 그들 이야기에 동감하지 않았기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결혼식과 웨딩드레스에 대한 로망은 없었다. 회사언니들이 결혼준비로 골머리를 앓거나 남자친구과 싸우거나 스트레스 받는 모습을 많이 봐왔다.

남편과 결혼에 대해 이야기할때 축의금을 받지않거나 스몰웨딩으로 하고 싶다는 서로의 생각이 운좋게 잘 맞아떨어져서 속전속결로 진행되었다. 의견을 합하고 4개월후에 결혼여행을 떠났다. 

 

 

1. 부모님설득하기

설득이랄것은 없었고 통보에 가까웠다. 내 결혼식이니만큼 내가 원하는대로 하자고 마음먹었다. 형제가 셋인 우리집에 한명쯤은 노웨딩을 해도 괜찮을것이란 생각이 우선 들었고 이미 언니가 남들과같은 결혼식을 올렸기때문에 엄마는 이미 한복을 입고 많은 사람들에게 축하를 받은 상황이었다. 늦은나이에 결혼한다니 일단 결혼해줘서(?) 고맙단다.. 헐

남편쪽은 형제들 중 첫 결혼이었다. 시어머니는 스몰웨딩을 원하고 계셨었고 그래서 노웨딩 설득이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시아버지의 반응은 달랐다. '어떻게 결혼식을 안올릴수가?!' 깜놀라고 계실때 마침 함께 있던 친척들이 '요즘 누가 결혼식을 올리냐'며 당연한 분위기를 만들어주셔서 잘 넘어갔다 ㅎㅎ

 

뭐니뭐니해도 부모님 설득의 난제는 아무래도 돌려받지 못할 축의금이 아닐까.

그치만 결혼여행으로 돌려드리면 된다. 아래에 적어두었지만 결혼여행은 평생의 자랑거리다. 그깟 축의금 받아봐야 5만원,10만원씩이지만 단 한번뿐인 특별했던 결혼여행은 두고두고 회자되며 죽을때까지 자랑거리로 남길수 있다. 

 

 

2. 상견례 여행

강원도 사시는 시부모님댁으로 우리 부모님을 모시고 갔다. 결혼여행때 비행기타러 시부모님이 서울로 오셔야 하기때문에 상견례는 시부모님 계시는 곳으로 친정부모님을 모시고 갔다. 여행을 좋아하셔서 1박2일로 잡았다. 첫째날은 관광시켜드리고 둘째날에 상견례를 했다. 

 

 

평소에도 고스톱을 좋아하시는 우리 부모님...


상견례 여행 첫째날은 동해바다구경 + 맛집투어하고 밤에 숙소에서 고스톱치고 놀았다. 
둘째날에는 숙소 근처 성당에서 미사보고 점심에 시부모님께서 우리 엄빠가 좋아하는  메뉴로 준비해주셔서 함께 맛있는 점심식사를 하고 커피맛집에서 커피를 마시며 상견례 여행을 마쳤다.

부모님들끼리 서로의 자식을 칭찬하며 ㅋㅋ 아주 민망하고 부끄럽고 오글거리는 시간을 보냈다.    

 

어색하고 긴장되는 상견례 식사후 테라로사에서 커피타임 

 

3. 예물,웨딩촬영 생략

평소 악세사리를 좋아하지않는다. 연애초반에 저렴하게 맞춘 커플링 하나가 전부이지만 그마저도 지금 어디에 있는지 ㅎㅎ 회사분들중 40대 결혼예물을 착용하고 다니는 직원들은 별로 없더라. 그래도 예물을 해야하냐 물으니 형편이 어려울때 아주 요긴하게 쓰인다고 하셨다. 

웨딩촬영은 짙은화장과 드레스가 부담스럽기도 하고 별로 욕심나지않아 생각해본적이 없다. 지금도 딱히 욕심나진않는다

시부모님께서 예물을 해주고 싶어하셨지만 다 정중히 거절했다. 그래도 처음이자 마지막인 며느리를 맞이하는데 아무것도 못해준것을 섭섭해 하셔서, 시아버지차가 타시던 승용차와 금을 선물로 받았다. 금은 녹여서 며느리 목걸이나 반지 맞추라고 하셨지만 처음 받아보는 금덩이라 소중하게 간직만 하고있다. ㅎ

 

 

4. 결혼식대신 결혼여행

 

대망의 결혼여행. 지금은 코로나로 갈수없는 해외로 다녀왔다. 결혼하면(특히 아이가 생기면 더더욱) 부모님들과 해외여행을 다녀오기 어려울테니까.

일본을 선택한 이유는 부모님들 자주 다니시는 패키지여행에는 일본이 없어서. 필리핀,태국,중국은 가보셨는데 일본은 가본적들이 없으셔서 일본으로 다녀왔다. 역시 일본은 가깝고도 먼나라. 일본 오키나와는 우리나라와 가깝고 온천 휴양지와 도심이 적당히 있어 무난하고 좋은 선택이었다

 

 

부모님들이 패키지만 다니시기 때문에 로컬식당과 시장구경을 좋아하셨다. 간에 상관없이 새벽이든 밤이든 숙소 근처 산책하시고 호텔의 시설들을 자유롭게 둘러보시는것을 좋아하셨다. 

여행 테마는 효도여행 ㅎ 주요여행지는 부모님들 취향에 맞춰 츄라우미수족관+만자모+슈리성으로 다녀왔다.

 

두번째 만남에 반가운 엄마들
아빠들.. 이정도면 뭐 나쁘지않다 ㅋㅋ

엄빠들이 생활패턴도 다르고 체력상태도 달라서 서로 불편해하면 어쩌나 걱정이 됐지만 조금씩 양보하며 하하호호 잘 다니셔서 참 다행이었다. 다만 입장료나 식당에서 메뉴고를때 가격을 먼저보는 어른들때문에 조금 피곤했다.
 

술 좋아하는 우리 엄빠때문에 우리방에서 모두모여 한국에서 가져온 참이슬을 한잔씩 마셨다.  
사돈끼리 싸우지않고 하하호호 재미나게 어울리는 모습을 보니 여행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보다 경험도, 연륜도 많기 때문에 어른들끼리 알아서 잘 할거라고 믿었다.
특히 엄빠들이 모두 건강하게 살아계셔서 함께 여행을 올 수 있다는 자체가 새삼 감사하게 느껴졌다.

 

결혼여행 일정및 경비

일정: 2박3일

숙박: 류쿠온천 세나가지마호텔(1박 30만원)

식사: 시내의 로컬식당
이동: 렌트카

총비용: 뱅기포함 6인 약450만원

 

챙겨야 할 결혼기념일이 없다는게 전혀 서운하지 않다. 다른 커플의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결혼기념일 보다 #맛집투어 가 더 부러울 따름이다. 괜한 기념일로 서로 챙기지 못해 미안 섭섭해하거나 다툴일이 없어 좋다. 서로의 생일과 부모님들의 생일, 제사, 아이생일및 기념일 챙기기에도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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