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특발성 유미흉 흉관결찰+포트삽입 수술후기

수술한 지 8일째다.

 

수술이 잘 끝나고, 5일간 병원에 입원하면서 바이탈 체크를 받았는데 퇴원하기 전날부터 구토를 해서 퇴원하는 당일날에는 아무것도 못먹고 있었다. 내가 병원에 면회갔다가면 우리 고양이가 울고 더 힘들어할까봐 일부러 4일동안 면회도 안갔다. 그래도 큰 수술했는데 가봐야 하는거 아닌가 싶었지만 우리 고양이가 더 힘들어할까봐 꾹 참고있다가 퇴원하는 5일째 되는날에 내새끼 얼굴을 볼수 있었다.

 

그렇게 퇴원 후 4일간 집에서 케어중인데 아이 몸상태가 크게 나아지는게 없다. 물론 수의사선생님도 수술이 많이 늦었기때문에 폐에 염증이 상당 진행중이고 예후가 안좋을수 있어 큰기대는 어렵다고 하긴했지만 막상 힘든 수술을 하고나니 나도모르게 완치를 기대하게 된다..

인터넷으로 다른 고양이들의 유미흉 치료후기,수술후기를 찾아보며 일주일, 한달만에 완쾌됐다는 글들을 보며 나는 마음이 조마조마해졌다. 남편은 우리 고양이가 15살이라 나이가 많아서 눈에 띄게 호전되지 않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했지만 내눈에는 전혀 그렇게 보이지않았다.

 

 

수의사선생님은 토를하면 12시간은 먹이지말라는데 토를 안해도 당췌 뭘 먹지를 않는다. 식욕이 전혀없고 물은 마시고 싶어하는데 물그릇에 아래턱을 담그고 마시지를 못하고있다.

맛있는 캔을 따줬더니 냄새맡고 바로 토했다. 하루에 한번씩 샛노란 색의 구토를. 처음엔 추르를 조금 먹더니 이제는 그것도 거부해서 사료를 믹서에 갈아 채에 내리고 물을섞어 되직한 죽처럼 만든후 주사기로 강급했다. 채에 내리지않으면 주사기가 막힌다. 한번 먹일때 3cc정도 먹인다. 그렇게 하루에 두세번정도밖에 못먹인다. 토할까봐. 그리고 아이도 너무 힘들어한다. 그치만 안먹으면 아이가 굶어죽는다.는 생각으로 독하게 마음먹고 퇴원후 5일째되는 날부터 강급을 계속 시도했다. 내일 병원가는 날인데 식욕촉진제,구토억제제라도 받아야겠다.

 

곧 우리 고양이가 죽을수도 있다고 생각은 했지만 다행인건 호흡수가 하루하루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퇴원하는 날은 호흡수가 60~70이었는데 퇴원 6일째 된 날은 30회로 떨어졌다. 이것만 보고 희망적이라고 생각했는데. 만약 이렇게 계속 떨어져 결국 0이되면 어떡하지.. 생각했는데 그것이 현실이 되고 말았다. 6일째 되는날 변을 아주 힘들게 봤다. 화장실을 계속 들락날락하다가 6번째 가는 타임에 4일만에 큰 변을 보고 설사도 많이 했다. 그리고 병원에 내원해 유미흉이 얼마나 찼는지 확인하러 갔다. 밥도 안먹어서 수액도 맞고.. 그런데 엑스레이 찍어보니 유미흉이 전처럼 많이 차있었다. 후- 우리 고양이가 그렇게 고생했는데.. 호흡수도 줄어들고 있었는데 이렇게나 많이 차있다니. 이때부터 나는 멘붕이 왔다.

 

선생님은 자꾸만 애한테 이검사 저검사 하자고 했는데 거절했다. 염증수치가 매우 높고 혈압도 많이 낮다고 했다.. 어쩐지.. 똥도 엄청 힘들게 쌋고.. 병원 오는길에 우리 고양이답지않게 한번을 울지않고 너무 조용히 왔었다.. CT찍고 주사놓고 엑스레이는 병원갈때마다 찍고 이렇게 검사만 받다가 스트레스 받아 죽을것만 같은데. 진짜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그날 밤 수액처치를 위해 입원시켰는데 담날 아침에 무지개다리를 건넌 우리 고양이.

 

투병시작한지 두달만에, 고통스러웠을 수술을 받고 11일만에 세상을 떠난 우리 고양이. 모든 집사들이 그렇듯 나또한 너무 아쉽고 후회되는 일들이 많지만 그래도 위안이 되는것은 고통을 빨리 끝냈다는것이 큰 위로가 된다. 해줄수 있는것은 다 해주자고 마음먹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 않는선에서 모든 치료를 해주려고 노력했다. 많이 고통스럽다면 언제든 떠나도 좋다고 고양이한테 얘기해주었는데 진짜 빨리가버렸다. 잘했다.. 그리고 고마웠다.

 

9년을 함께 한 단짝을 잃고 혼자가 된 우리 둘째고양이

 

이제 혼자 남은 우리 둘째고양이. 엄빠가 죽은지모르는지 평소와 비슷해보인다. 나보다는 첫째한테 더 많이 의지하던 둘째인데. 첫째의 차가운 주검을 아주 시크하게 코로 훑고 지나쳤다. 그동안 첫째고양이가 병원다니느라 병원냄새때문에 한동안 첫째 근처에도 안가더니.. 우리 둘째는 첫째의 소풍을 영원히 몰랐으면 좋겠다. 첫째랑 나이차이가 좀 나서 혼자 남게되면 어떡하나 걱정이었는데. 아직 며칠안되서 그런지 의연해보인다. 그치만 언젠가는 우울하고 외롭고 그리움이 밀려오겠지. 그때를 대비해 우리 둘째랑 외로움을 서로 나누고 의지하고 위로해야겠다. 

 

고양이 화장과 장례는 동물병원에서 받은 팜플렛 몇개중 괜찮아보이는 곳으로 골랐다. 믿을만한 병원에서 받은 팜플렛이라 무허가 걱정은 안해도 되었다. 가격 합리적이고 단독 화장해주는 곳. 인터넷에 안좋은 후기 없는곳으로 화성의 펫오케스트라 라는 곳으로 전화하고 바로 예약잡고 갔다. 주차하고있는데 사장님이 흰장갑을 끼고 우리한테 서둘러와 우리아이도 대신 받아주시고 끌것(?)같은것에 우리 아이 태워 이쁘게 닦아주셨다. 이미 죽은 우리 고양이에게 어찌나 깍듯하고 공손하게 대해주시는지. 감동이었다. 내 슬픔에도 위로가 되는것 같았다. 단독 화장하는것도 직접보고 직원들도 친절하시고. 괜찮았다. 수의를 입혀줄까싶었지만 장례비용은 많이 쓰지말자고 다짐했기때문에 딱 기본적인것만 해줬다. 그래도 장례비용가격은 385000원. 화장후 고양이 유골을 비닐진공팩에 담아 직접 유골함에 넣게 해주셨는데 우리 고양이가 마치 마트의 설탕?소금?처럼 포장되어 나오니까 기분이 좀 이상하더라.. 

 

기다리는동안 다과도 준비해주심
시간제한없이 추모할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어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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