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가 떠나고 2주째 혼자 남은 우리집 둘째 고양이

우리 첫째 고양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둘째만 혼자 남은지 어느덧 14일. 2주째가 되었다.

첫째가 살아있을때 이런날이 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상상하곤 했는데.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딱히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아마도 생각하기 싫었던 듯.

 

첫째가 두달동안 주기적으로 동물병원을 다녔기때문에 몸애서 묻어나는 낮선 냄새가 싫어 첫째만 보면 도망다니기 바빴다. 첫 한달은 잘 참아주더니 떠나기전 한달은 첫째에게 하악거리며 얼마나 피해다니던지.

 

처음엔 둘째가 얄미웠지만 자기도 얼마나 무섭고 겁나면 저럴까 싶은 생각에 마음이 짠했다. 밖에 나갈 일은 동물병원갈때 뿐이고 닝겐에게 잡혀 울부짖으며 나간 첫째가 그 싫은 냄새를 묻히고 집에 돌아오니 다음은 자기 차례라 생각하지 않았을까? 

 

우리 둘째고양이는 눈치도 정말 빠르다. 내가 출퇴근하는 시간도 아닌데 옷을 갈아입으면 벌써 눈치채고 도망간다. 내가 마트를 가거나 운동하러 갈때와 동물병원을 갈때는 환복하는데에 어떤 차이가 있나보다. 우리 둘째만 아는.. ^^ 진짜 신기하기도 하고 기가 차기도 하고.. @_@

 

첫째가 병원을 자주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 내가 환복만 했다하면 무조건 줄행랑을 치기 시작했다. 우리 첫째 고양이가 죽은 이후에도 계속. 안쓰러운 마음에 눈치채지 못하도록 조용히 환복해도 소용없다 귀신같이 알아채고 제일 높은 콘도에 들어가 몸을 숨겼다. 

 

 

우리 첫째 고양이가 무지개 다리를 건너고 10일쯤 지날때까지 계속해오다가 어느 순간 콘도앞까지만 도망가게 되었고 지금은 도망 갈까말까 눈치만 보고 있게 되었다. 자지러지게 우는 첫째도 없고 시간이 지나니까 마음에 평화가 찾아오고 있나보다.

 

첫째가 죽은지도 2주가 되었는데 혼자 남은 우리 둘째고양이는 예전과 비슷해보인다. 

대신 이제는 부빌 곳이 없어 나한테 자주 와 들이댄다. 만져달라 그루밍해달라 긁어달라 칭얼댄다. 

우리 첫째가 엄청 귀찮았겠다 싶은 순간이다. 안그래도 첫째가 그루밍해주다가 둘째를 많이 때렸는데. ㅎㅎ 내가 당해보니 이해가 된다.

 

이미 숨 넘어간 첫째를 보여주기도 했고 냄새까지 맡았는데 정말 모르는걸까? 딱히 찾는것 같지도 외로워하는것 같지도 않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봐야겠지만. 

 

나는 아침시간이 제일 괴롭다. 15년동안 웃으며 아침에 눈을 뜨게 해준 나의 소울메이트가 갑자기 없어져서 괴롭다. 알람을 듣고도 누워있으면 내 머리통을 깨물거나 얼굴에 콧바람을 때리며 냄새를 맡거나 눈으로 레이저를 쏘거나 하며 온갖 귀여운 짓으로 나를 깨워준 고마운 친구였는데. 

말로는 이번이 마지막 계절일 수 있어, 오늘 죽어도 이상할게 없어 라고 자주 말했지만 내 마음과 생각은 마치 평생 같이 살것처럼 지냈다는게 지금 생각해보니 나도 참 바보같았다.  

 

요즘은 아침마다 카페로 출근한다. 잠시 잊을수 있다. 집안에 첫째가 쓰던 물건들을 모두 정리했다. 유골도 이미 다 뿌려주었다. 나도 빨리 잊어줘야 나 땜에 발목 잡히지 않고 고양이별에서 편하게 쉴 것 아닌가. 그래도 작은 털뭉치1개와 좋아하던 캣닢 쿠션1개만 남겨뒀는데 고양이들은 냄새를 남기지 않으니 추억할 것이 없어 너무 아쉽다. 첫째의 물건 냄새를 맡아도 아무 냄새 안나는게 너무 서운하다.

 

우리 혼자남은 둘째 고양이는 올해 9살이 되었다. 지금까지 살아온 날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적다. 우리 둘째가 첫째를 만나러 갈때까지 후회없이 케어해줘야겠다고 요즘 자주 마음먹는다. 한 생명을 평생동안 함께하고 책임진다는것은 정말 아름답고 뜻깊은 일이라는걸 새삼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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